어색한 서울말

일상잡설 2007. 5. 11. 16:51
집안 결혼식이 있어 서울발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한참을 가다 어디선가 꽤나 어색한 서울말이 들렸다.
부산사람인듯한 그 사람은 객실내에서 꽤나 우렁차게(?) 통화를 하는 매너 없는 놈이었다.
근데 말투가 서울말도 아닌것이 부산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충청도 말도 아니었다 --;
나름 서울말을 구사하는 듯한 분위기인듯 했다.
보통 부산말의 끝은 '없나?' , '했나?' , '있다' 식의 약간은 퉁명스럽고 끝이 내려가는 말투다.
그런데 그 사람의 말끝은 '없어?' , '했어?', '있어?' 식의 끝을 살짝 올리는 소위 수도권 말투였다

아.. 어찌나 어색하던지...
문제는 어색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듣기 싫었다. 아니 듣고 싶지 않았다 --;
그리고 부끄러워 졌다. 마치 날 보는듯 해서............
인생의 대부분을 부산에서 살아온 난 서울 생활 몇년만에 나름 사투리가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된장.. 저렇게 어색할 줄이야...

그사람이 구사하는 말투는 떳떳하게(?) 구사하는 나의 서울말의 복사본 같았다.
아.. 저렇게 들리는 구나...

통화를 짧게 하고 끝냈다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텐테 그 놈의 통화는 빈번했고 목소리도 우렁찼다 --;
마치 요즘 유행하는 개그의 한 멘트처럼 '나 서울사람이야~' 이 느낌이었다.
내가 부산사람이기에 더욱 더 이러한 것을 느꼇을런지도 모른다.

이 좁은 땅떵어리에서도 참 말투의 차이는 크구나...
실제로 중국에서는 각 지방 사투리를 위해 전문적인 통역가들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서울말투를 배워야 한다거나 따라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 사람도 이런 어색한 서울말을 의도적으로 구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상도 사람이 수도권 지방에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말투가 변해가서 어정쩡한 형태가 되기도 한다.
굳이 어색한 서울말을 해야지 해서가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레  되어가는것 같다.
일종의 무의식적인 적응과정이랄까...

여튼 재밌었다.
그리고 나의 어색한 서울말도 쭈~욱 이어지리라~~
: